스토킹변호사,
1심 벌금형 뒤집고 무죄 판결 받은 사례
스토킹변호사|항소심 무죄 사례
안녕하세요. 검사출신변호사, 이고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이끌어 낸 사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1심에서 이미 유죄가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서 무죄로 뒤바뀔 확률은 지극히 낮은데요. (통계상 3% 미만)
이러한 사실을 의뢰인에게 전달했으나, 그럼에도 억울함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다퉈보고 싶다 하여 막중한 사명감으로 맡았던 사건이었습니다.
현재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중, 예상치도 못하게 스토킹으로 입건되어 억울함을 밝혀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사례를 끝까지 읽어보시고 해결책을 얻어 가셨으면 합니다.
|의뢰인이 처했던 상황
본 사례의 의뢰인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남성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 남성은 우리 의뢰인을 만날 때마다 잠자리를 요구했고, 여러 차례 관계를 가지게 되었는데요.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해당 남성과 사귀는 것이라 여기며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사실 교제 중인 여자친구가 따로 있었고, 의뢰인과는 양다리를 걸쳤던 것이죠.
이 사실을 알게 된 의뢰인은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해당 남성의 여자친구도 같은 피해자라 생각해 이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상대 여성의 SNS로 메시지를 전송하기에 이르렀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의뢰인을 통해 소식을 접한 상대 여성이, 대뜸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과 함께 격분하는 반응을 보였던 겁니다.
뒤이어 SNS 음성통화 서비스를 통해 연신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고, 당황한 의뢰인은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며 통화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던 중 상대 여성은 돌연 태도를 바꾸며, ‘너무 무서워요, 연락하지 마세요’와 같은 맥락에 맞지도 않는 메세지를 보내왔는데요.
의뢰인은 이 여성의 알 수 없는 메세지에 의아함을 느껴, 갑자기 왜 그러냐며 의문 섞인 메세지로 대응했죠.
그러나 상대 여성의 이 맥락에 맞지도 않는 행동은 모두 증거 수집을 위한 책략이었고, 의뢰인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고소 당하게 됩니다.
|온강에 찾아왔을 때는...
우리 온강을 찾아 왔을 때는, 이미 규모가 큰 로펌과 1심을 진행하여 1,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후였습니다.
상식적인 시선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우리 의뢰인은 오히려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봐도 모자른 상황이었는데 돌연 스토킹 가해자가 되어 몹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이었죠.
의뢰인의 어머님께서는, ‘우리 딸이 약도 먹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낮은 확률일지라도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다투고 싶다’며 울먹이셨고요.
그도 그럴 것이, 이름 난 로펌이라면 가리지 않고 상담을 받으러 다녔으나 오로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오는 통에 워낙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비록 낮은 확률이지만, 무죄 주장에 있어 다퉈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 저는 막중한 사명감을 바탕으로 사건을 맡게 됩니다.
(의뢰인과 어머님은 위 영상을 보고 온강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변호인 의견서, 판결문에 그대로 인용
우선, 의뢰인의 행동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지도 않았고, 상대로 하여금 공포감을 심어줬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컸습니다.
법리적으로 스토킹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1)지속성, 반복성과 더불어 2)공포심 또는 불안감 유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보기 어려웠던 것이죠.
또한 고의도 없었고요, 원심 판결에는 사건의 전후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었고, 채증법칙을 위배한 사실오인도 꼬집을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이에 저와 우리 변호인단은, 먼저 사건의 전반적인 흐름과 본질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단순한 SNS 상의 감정적 충돌이 억울하게도 스토킹 범죄로 과대평가된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특히 의뢰인과 상대방 사이의 모든 메시지 교환을 시간순으로 면밀히 정리하여, 해당 사건이 단방향적 스토킹이 아닌 쌍방 간 대화의 연장선임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또한, 스토킹처벌법 제정의 근본 취지와 이를 다룬 관련 판례를 꼼꼼히 조사하여, 단순히 반복된 메시지만으로 스토킹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적 논리를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특히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공포심’과 ‘불안감’이라는 개념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설명하며, 본 사건이 이에 해당하지 않음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했습니다.
더 나아가 의뢰인의 정신건강 관련 의료기록을 철저히 검토하고 이를 근거로 의뢰인의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스토킹 행위에 대한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입증했습니다.
(의뢰인 인터뷰 당시, 판사님이 변호인 의견서를 칭찬하며 무죄를 선고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스토킹무죄를 선고 받고...
끝내 무죄를 선고 받은 의뢰인은 힘겹고 억울한 나날을 떠올리며 울음이 터지고 말았는데요.
저 또한 처음 저를 찾아왔을 당시 의뢰인의 어머님이 떠올라 콧잔등이 시큰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스토킹만큼이나 억울한 가해자가 많이 발생하는 사건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아마 의뢰인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계실 것 같은데요.
원체 이런 사건을 수 차례 경험하다 보니, 이제는 여러분의 심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참담할 지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 합니다.
본 사례의 의뢰인과 진행한 인터뷰 영상을 끝으로,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진심으로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